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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외할머니 떡함지 이고

이 동네 저 동네로 팔러 가시면

나는 잿간 뒤 헌 바자 양지 쪽에 숨겨둔

유릿조각 병뚜껑 부러진 주머니칼 쌍화탕병 손잡이빠진 과도 터진 오자미 꺼내놓고

쪼물거렸다

한나절이 지나면 그도 심심해

뒷집 암탉이나 애꿎게 쫓다가

신발을 직직 끈다고

막내 이모한테 그예 날벼락을 맞고

김치가 더 많은 수제비 한 사발

눈물 콧물 섞어서 후후 먹었다

스피커에서 따라 배운 '노란 샤쓰' 한 구절을 혼자 흥얼거리다

아랫목에 엎어져 고양이잠을 자고 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문만 부예

빨개진 한쪽 볼로 무서워 소리치면

군불 때던 이모는 아침이라고 놀리곤 했다

저물어 할머니 돌아오시면

잘 팔린 날은 어찌나 서운턴지

함지에 묻어 남은 콩고물

손가락 끝 쪼글토록

침을 발라 찍어먹고 또 찍어먹고

 

 

아아 엄마가 보고 싶어 비어지는 내 입에

쓴 듯 단 듯 물려주던

외할머니 그 인절미

용산시장 지나다가 초라한 좌판 위에서 만나네

웅크려 졸고 있는 외할머니 만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