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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골

전란에는 사내들이 죽고

계집들이 산다

수닭들이 모가지 비틀려 죽어가고

암닭들은 앙알앙알 알을 품는다

 

충남 논산 위

연산 가막골

언덕들 쭈뺏거리며

계룡산 산등성이에 다가선다

 

사내 50여명 죽고

두 사람

상투를 틀고 김일부의 정역을 받든다

문을 열지 않는 골방 안

한낮에도 어둑발 갔다

 

연산 가막골

 

계집들 40여명 살아

늙은 과부

젊은 소실과부

청상과부

노처녀들

 

낯선 사내 오면 눈이 빛난다

 

서로 우물물 한 바가지 버들잎 띄워 권한다

 

목마르시겼어유

목마르겼어유

목마르겼어유

 

유난히 긴 볼의 부여댁

성큼 나선다

 

내물 드시어유

어디서 오신 뉘신가는 모르겼어도

어쩐지 낯이 익구만이유

시장하시면

찬밥이라도 데워드릴 테니 잡숫고 가시어유

 

강경댁이 바가지 물을쏟아버렸다

투덜댔다

 

어제는 누렁이 수놈헌티 아양 떨더니

오늘은 짐승 대신 사람한테 늘어붙느만그려 저년